저희 안 사귀는데요

저희 안 사귀는데요 完

그냥 회에 소주만 얘기했을 뿐인데 손흥민은 나한테 별다른 말 없이 어딘가로 운전해 가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 창문을 열고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렸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꽤 차가운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했다. "김여주 문 닫아 추워" "너 추워?" "아니 나 말고 너...

수술이 끝나자마자 회복실로 이동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저항 없이 흐르는 눈물들을 계속 흘려보내며 너의 피로 잔뜩 묻은 두 손을 내려다봤다. 나를 밀어내려고 애쓰는 너를 볼 때마다 가끔은 어느 정도 너의 진심도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너와의 거리를 두려고 연락도 끊고 해봐도 결국에 나는 너 아니면 안...

"어? 선배! 팀장님! 선배 일어났어요!" "뭐?? 어디어디. 김여주 야 임마!" 뻑뻑한 눈을 게슴츠레 뜨면 우리 팀원들이 나를 둘러싸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답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말을 하면서 질문을 퍼부어대는데 큼큼 거리며 목을 만지자 도현이가 옆에서 바로 물을 따서 건네줬다. "선배 괜찮아요? 저 누군지 알겠어요?" "야 임마 ...

케이리그 시즌이 시작되고 손흥민은 확실히 바빠졌다. 매일 같이 오던 귀찮은 연락은 이제 하루에 한 번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걸로 바뀌었고 이제는 제 집처럼 우리 집에서 혼자 자고 가더니 막상 내가 쉴 때는 바빠서 오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손흥민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찾아가거나 그러진 않으니 자연스레 얼굴을 볼 기회도 줄어들었다. 통화로는 내가 귀찮은 ...

회식날 너와 따로 빠져나와 섹스를 한 이후로 어딘가 너가 묘하게 달라졌다. 먼저 연락하는 일이 많아졌고 뜬금없이 우리 경찰서 앞으로 찾아와 밥은 먹었냐며 그냥 얼굴보러 왔다고 하는 날도 많아졌다. 원래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도대체 얘가 왜 이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싶어서 오히려 걱정이 됐다.

[과거시점] 손흥민이 내 손을 잡으면서 같이 잡아줄때까지 기다려준다는 말을 한 이후로 우리 관계가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그냥 평소 친구처럼 너와 같이 수업을 듣고 시간이 맞으면 밥을 먹고 너는 가끔씩 민트초콜렛을 들고 나를 기다렸고. 우린 계속 그대로였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우리를 커플로 몰아갔다. "야 너희 진짜 안사귀는거 맞아? 보면 맨날 붙어다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상두를 다시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 그 새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다시 접근해야할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손흥민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걔도 나름대로 시즌 시작 준비로 바쁠테고 얼마전에 너와 그렇게 몸을 섞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라 미안해서 별로 연락 하고 싶지가 않았다. 뭐 우연히.... 정말 우연하게 만나게 되면 밥이...

너와 정신없이 몸을 섞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끔 나를 몰아붙이는 너의 속도에 머리 속에 낀 짙은 안개가 잠깐 옅어져 맑아지는 기분이 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몇 번이고 너에게 보내달라고 애원하고 매달리자 너는 지치지도 않고 나를 안으며 그런 나를 충족시켰다. 무섭지 말라고 괜찮다고 다독이는 너의 위로였다. 몇 시간동안 벌어진 다리 탓에 골...

처음 너를 봤을 때는 그냥 여느 여대생과 똑같다고 느꼈다. 잘 웃고 다니고 두루두루 사람들과 친하고 사교성 좋은 모습에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았다. 체육학과에서 김여주를 안 좋아하면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너는 밝고 매력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너는 사람들이 고백을 해오면 죄다 거절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너에게 고백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다들...